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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의 한방, 지금도 통쾌한 이유 (권력 풍자, 현실 반영)

by commalog 2025. 8. 27.

영화 베테랑

 

2015년 개봉한 영화 <베테랑>은 단순한 액션 오락물이 아닙니다. 류승완 감독 특유의 현실 풍자와 박진감 넘치는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몰입감 있는 연기를 통해 ‘권력에 맞서는 정의’라는 메시지를 유쾌하면서도 묵직하게 전달합니다. 특히 재벌 2세의 안하무인 갑질과, 그에 맞서는 형사들의 의기투합은 2024년 현재까지도 유효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 ‘사이다’ 장면들은 지금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처럼 작용하며, 그 통쾌함은 단순한 액션의 쾌감이 아니라, 억눌린 감정의 해소로 이어집니다. 이 글에서는 왜 <베테랑>의 한방이 여전히 유효한지를, 권력 풍자와 현실 반영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재벌 2세 조태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악역

<베테랑>의 대표적인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유아인이 연기한 ‘조태오’라는 캐릭터의 압도적인 존재감입니다. 그는 재벌의 아들이라는 배경 아래 법 위에 군림하며, 타인의 인격과 생명을 경시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영화 초반부터 ‘사고를 사고로 여기지 않는’ 태도, 돈으로 사람을 조종하는 장면, 그리고 그 모든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태도는 단순한 영화 속 설정이 아니라, 현실에서 수차례 반복되었던 사회적 사건들을 연상시킵니다. 조태오는 현실 속 재벌 갑질의 캐리커처가 아닙니다. 오히려 철저히 사실 기반의 구조에서 만들어진 악역입니다. 그가 벌이는 일련의 행동들—회사 내부의 노동 착취, 불법적 은폐, 폭력 행사 등—은 영화 속 과장된 장면이라기보다 실제 사건 뉴스 속 익숙한 장면들이 재구성된 것입니다. 유아인은 이 캐릭터를 단순한 미치광이가 아니라, ‘가진 자가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 자’로 연기하며 그 불쾌함과 공포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관객이 조태오에 분노하는 이유는 단지 그가 악역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가 전형적인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하는 방식, 현실에서 우리가 수없이 보았던 권력형 인물들과 지나치게 닮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웃으며 던지는 대사 하나하나가 현실의 뉴스 헤드라인처럼 느껴질 때, <베테랑>은 단순한 픽션이 아닌, 시대를 고발하는 작품으로 전환됩니다.

서도철 형사: 정의 구현을 향한 현실적 분노

조태오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 바로 ‘서도철’ 형사입니다. 황정민이 연기한 이 캐릭터는 능청스럽고 유쾌하지만, 정의에 대한 감각은 누구보다도 예리한 인물입니다. 그는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기득권 세력의 벽에 맞서려 합니다. 특히 서도철의 방식은 법이 아닌 ‘현장’ 중심의 행동입니다. 이는 영화가 현실적인 분노를 대변하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영화 중반, 조태오가 벌인 폭력 사건이 묻히고, 회사 내부의 비리를 파헤치려는 시도가 번번이 좌절되자, 서도철은 말합니다. “이게 나라냐?” 이 짧은 한마디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대변하며, 그의 분투가 단순한 캐릭터의 정의 구현이 아닌, 사회 전체의 정의 회복처럼 느껴지게 만듭니다. 또한, 황정민의 연기는 서도철이라는 인물에 현실성과 생동감을 더합니다. 과장된 영웅이 아니라, 실수도 하고 분노도 하는 한 사람으로서의 형사. 그가 조태오에게 정면으로 “어디서 개수작이야!”라고 소리치는 장면은, 영화 전체의 감정선을 폭발시키는 순간이며, 관객의 억눌린 감정을 대리 분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서도철은 법보다 약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지만, 그 누구보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움직이는 인물입니다. 그가 던지는 주먹은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시스템 속에서 외면당한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정의의 상징’으로 기능합니다. <베테랑>은 이처럼 이상화된 인물이 아닌, 시대와 함께 분노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함으로써, 깊은 공감과 지지를 끌어냅니다.

지금도 유효한 풍자: 왜 베테랑은 회자되는가?

영화 <베테랑>이 개봉한 지 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회자되는 이유는 단순한 재미 때문이 아닙니다. 영화는 본질적으로 ‘풍자’라는 장르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조태오의 악행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보다, 현실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뉴스들을 떠올리게 하고, 서도철의 분노는 우리가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했던 말을 대신 전해줍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사회 시스템의 무기력함’을 날카롭게 꼬집습니다. 경찰과 검찰, 기업과 언론이 얽힌 구조 속에서, 약자는 매번 밀려나고, 가진 자는 법망을 피해 갑니다. <베테랑>은 이러한 구조를 극 중 사건에 투영시키고, 그 해결 방식을 ‘상식의 분노’로 표현합니다. 결국 영화는 “그래도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정답 없는 시대 속에서 ‘기본적인 정의’가 무엇인지를 관객에게 묻습니다. 또한 류승완 감독의 빠른 편집, 리드미컬한 전개, 대사 한 줄 한 줄에 숨어 있는 풍자와 위트는 영화를 단순한 범죄물에서 사회 풍자극으로 확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유쾌하게 터지는 액션과 유머 뒤에는 현실의 그늘이 묻어 있고, 그 속에서 <베테랑>은 웃으면서도 뜨끔한 불편함을 남깁니다. 지금 <베테랑>을 다시 본다면, 그 시절의 분노와 지금의 분노가 얼마나 닮아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될 것입니다. 영화는 끝났지만, 이야기의 구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베테랑>은 앞으로도 계속 회자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명작’입니다.

결론
영화 <베테랑>은 단순히 통쾌한 액션 영화가 아닙니다. 시대를 반영하고, 현실을 비추며, 관객에게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조태오의 악행은 단지 픽션이 아닌 우리 주변의 현실을 반영하고, 서도철의 주먹은 정의감 없는 시대를 향한 경고입니다. 2024년 오늘날에도 여전히 베테랑의 대사 한 줄, 장면 하나가 공감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아직도 그 질문에 답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여전히 묻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편에 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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